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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ET시론]중동 혁신의 주역은 K-스마트시티

관리자
2023-04-03
조회수 808

이정훈 연세대 교수

이정훈 연세대 교수

유엔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 55%(40억명)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2050년에는 이 수치가 3분의 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메가 도시는 2021년 34개에서 2035년이면 48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메가 도시는 상습적인 교통체증, 환경오염,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 에너지 소비량, 범죄·안전, 디지털 격차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접근법으로 세계 각국의 도시는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성공 핵심 요건

스마트시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도시문제의 효율적 해결, 도시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기술 혁신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도시의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는 새로운 사회·경제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활용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유엔 또한 매년 10월 31일을 세계 도시의 날(World Cities Day)로 지정, 지속가능한 도시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 중심의 도시 설계와 친환경적·효율적 건물과 교통, 에너지, 환경 등 다방면의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고 솔루션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의 효과적인 구현을 위해 디지털기술의 도입과 활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스마트시티 구현의 핵심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세계 각국 도시의 디지털전환 정책과 사례를 연구하며 2015년부터 2년마다 스마트시티 인덱스 리포트를 세계에 발표하고 있다.

2022년 캠브리지 대학 IfM Engage와 뉴욕, 런던, 싱가포르, 헬싱키, 서울 등 31개 선도 스마트시티를 분석, 현재 2024년 판을 준비 중이다.

2022년 판에서는 세계 도시의 공통적 핵심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을 때 '공공데이터 활용' '인공지능(AI)의 대중화'를 주역으로 꼽을 수 있었다.

먼저 31개 도시의 공공데이터 활용 현황을 보면 평균적으로 61.8%의 활용률을 나타냈다. 싱가포르, 시드니 등 몇몇 선도 도시는 90% 이상이었다. 공공데이터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구현의 핵심 자원이다. 이는 각 도시의 데이터 산업이 이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전 도시 분야에서 민간이 함께 참여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 데이터를 발굴하는 등 새로운 데이터경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축적된 데이터는 AI 고도화를 위한 기계학습에 활용되기도 하며, 자동화된 도시 데이터 분석 도구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등 고도화된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AI 활용 또한 눈에 띄는 요소다. 31개 도시 3091개 서비스 지능화 수준을 살펴본 결과 전체 서비스의 41%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2019년 28%보다 13%포인트(P) 증가한 수치로, 특히 AI가 활용 기술 가운데 71%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분야별로는 환경·에너지 분야가 21%로 지능화 서비스가 가장 많았다. 교통, 보건의료, 행정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088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가운데에서는 306개가 혁신 프로젝트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49.7%가 민간주도형 또는 시민주도형 리빙랩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시민주도형 리빙랩에서는 AI 기술을 테스트베드에 적용해서 서비스모델의 수용 의도 등을 파악하며 개선되고 있었다. 이러한 혁신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지원, 실증지구 및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부분 AI 관련 기술 실증 프로젝트였다.

AI 기술은 이제 대중화가 시작됐다. 최근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챗GPT가 우리 일상을 대전환 시킬 것이며, 스마트폰처럼 필수적인 생활 도구로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빙랩과 테스트베드는 이런 AI 기술과 같은 혁신기술을 검증하고 실증하며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케츠에서는 2027년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이 2022년에 비해 약 2배 성장, 연평균 14.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중동지역은 최근 막대한 스마트시티 사업 규모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만 수백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아시아와 중동지역의 스마트시티 구현 활성화를 잘 보여 준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정부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현대건설·한미글로벌 등 건설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KT·직방 등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이 함께 진출하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韓 AI·데이터 산업과 K-콘텐츠

중동 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전에 없던 일이 아니다.

격동의 1970년대에 우리나라 수출의 발판이 된 주역의 하나는 바로 '중동 건설 붐'이었다. 당시 오일쇼크는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성장해 석유 의존도가 높으면서 자원 빈국이던 한국 경제의 최대 암초로 떠올랐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도로, 항만 등 국가 기반 시설이 열악한 중동시장에 국가 차원으로 공격적인 진출을 했고, 크고 다양한 건설사업을 수주하며 경상수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우리나라가 중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중동지역의 스마트시티 산업에 주목해야 할 차례다. 중동지역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사우디는 2016년에 발표한 중장기 전략 '사우디 비전 2030'을 수립, 산업구조 전환으로 디지털경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국가 및 글로벌 기업과 긴밀한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ICT·토목·건설기술 시장에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며 세계의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는 '네옴시티'는 중동 스마트시티 산업의 부상을 잘 보여 준다. 네옴시티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라인'(미러시티), 바다 위에 떠 있는 구조물로는 최대 규모인 팔각형 첨단 산업도시 '옥사곤', 친환경 산악관광도시 '트로이나' 등으로 구성된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건설을 통해 '세계 첫 인지도시(Cognitive City)'를 꿈꾸고 있다.

이외에도 2030년 수도 리야드를 세계 10대 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 주요 도시들의 스마트시티화와 고부가 가치 신산업의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2019년에 데이터 인공지능청(SDAIA)을 설립했다. 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은 국가 차원에서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도모하는 주요 실행 부서로, 데이터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갈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세계 도시의 디지털전환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리야드를 방문하였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인공지능청을 포함, 스마트시티 계획을 수행하는 다양한 주요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며 인상 깊었던 두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데이터 인공지능청 1층에서 눈에 들어온 표어 'Data is the new oil'(데이터는 새로운 석유)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수식어이지만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의 하나인 사우디(약 2980억배럴 생산, 중동국가 가운데 1위)에서 이 글을 보면 탈석유 전략과 함께 기술혁신·산업 다각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사우디는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서 신산업의 다각화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도시공간에서 혁신 생태계와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했다. 사우디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하나로 움직이는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고 있어 추진력이 강하다.

그들은 한국을 가장 적합한 스마트시티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은 공공·민간협력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경쟁력 있는 ICT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비스 기획부터 인프라 구현까지 아우르는 실증역량, 그리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 운영 등 신속한 턴키(Turn Key)방식의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10년 전 방문과는 달라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다. 과거 해외에서 동아시아 3국을 혼동하는 일은 빈번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는 숙소 로비의 히잡을 착용한 여성 직원이 필자가 '한국인'이란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고, 한류 드라마와 K-팝을 통해 옷차림부터 행동에까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50년 동안 아버지 시대에서 근면·성실과 신용으로 다져진 한국인의 기술혁신 역량은 지금도 중동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더 확고해진 것이다.

대화를 나눈 대부분의 정부관계자 분들도 모두 한국 배우들의 이름과 영화·드라마를 잘 알고 있었으며, 한국 게임과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컸다.

사우디는 다양한 사회시스템과 문화에 영국 지배의 영향을 받았지만, 개혁·개방 행보를 이어가며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새로운 혁신체제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미 익숙한 문화 K-콘텐츠를 마중물로, AI 데이터 산업 기반의 스마트시티 운영 경험과 차별화한 스마트시티 구축·운영 역량을 전수할 수 있는 경쟁적 우위가 있다. 그러나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분야 대기업들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낮은 경제성장률의 국내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기회의 장을 열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한 해외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로 정부 차원의 공동 테스트베드 조성과 협력이 양국 간에 필요하다. 인덱스 리포트의 31개 도시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사우디 정부나 리야드 시에서도 성공적인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테스트베드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스마트시티 사업 수행 경험을 토대로 해외 거점 테스트베드 조성과 함께 교차 실증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책 제도 개선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해외거점형 사업화연계연구개발(R&BD;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후변화 대응 관련 스마트시티 공동과제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정부 산하 기관-지자체가 함께 다양한 지식 인적 교류 네트워크를 통한 혁신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 CPC(Connected Places Catapult)의 도시간 협력 프로그램(Innovation Twin)에서는 세계 두 도시를 짝지어 상호간의 혁신을 이전, 교류하는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공동의 성과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각국의 역할 및 책임과 함께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지속 가능한 상호협력체계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

과거 고속도로 공사에서 시작된 중동 붐을 이야기하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지금 중동에서는 새로운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중동은 우리가 근면 성실을 뛰어넘어 어떠한 기술혁신 모델과 국가 차원의 혁신전략을 선택해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는지 배우고자 한다.

성공적인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우리의 기술 혁신 역량으로 중동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혁신의 바람의 방향을 대한민국이 주도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아갈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jhoonlee@yonsei.ac.kr

〈필자〉이정훈 교수는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이자 DT기술경영 센터장이다. 현재 공공데이터 전략 실무위원, 데이터 개방·활용 전문위원회 위원장과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생산·공유 분과위원회에서 실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혁신과 도시의 디지털전환 전략을 연구하는 대표 학자로서 기술경영경제학회·IT서비스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시스템감사통제협회 부회장, 국가스마트도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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